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사과, 배, 바나나, 콜리플라워 등 흰색 과일과 채소가 소화기암 예방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약 8년에 걸쳐 1만1,000여 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흰색 과일과 채소를 자주 섭취한 이들은 위암, 간암,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등 주요 소화기암 발병 위험이 최대 36% 낮았다. 이는 식품 색깔이 단순한 시각적 특징을 넘어 항산화 성분과 암 예방 효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특히 과일과 채소를 ‘속살 색상’ 기준으로 분류해 주목받았다. 한국인의 식습관에서 사과·배처럼 껍질을 벗겨 먹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외피 색보다 실제 섭취하는 부분인 속살의 색을 중심으로 분류했다. 연구진은 흰색 속살을 가진 식품에서 가장 뚜렷한 예방 효과가 나타났으며, 빨강·보라 계열 역시 일정 부분 위험을 줄이는 효과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과일과 채소의 색깔별 항산화 성분이 다르게 구성돼 있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세포 보호, DNA 손상 억제, 암세포 성장 저해에 기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번 연구는 한 국가, 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된 결과인 만큼 다른 인종이나 지역 사회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소화기암 전체를 통합해 분석했기 때문에 개별 암종에 대한 색깔별 효과를 구체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연구팀은 실생활 적용 방법으로 하루 한두 번 사과나 배, 바나나, 콜리플라워 같은 흰색 과일·채소를 간식이나 반찬으로 섭취하는 습관을 권장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과일·채소 섭취량 400g 이상을 충족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큰 사과 한 개, 작은 바나나 두 개, 다진 콜리플라워 한 컵 반 정도가 적정 섭취량에 해당한다.
영양학자들은 다양한 색깔의 과일과 채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정 색상군만 집중적으로 먹는 것보다는 흰색, 초록색, 빨강·보라색 등 다양한 색깔의 식품을 매일 접시에 담아야 암 예방 효과뿐 아니라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채소와 과일을 기름에 가볍게 조리하거나 건강한 지방과 함께 먹을 경우 항산화 성분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실용적인 조언도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속살 색을 기준으로 과일과 채소의 항암 효과를 규명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을 보여줬다. 후속 연구를 통해 장기적인 추적과 다양한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한 추가 검증이 이뤄진다면, 색깔 기반의 식단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