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방송되는 KBS 1TV ‘추적 60분’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그 적들' 편으로 꾸며진다.
국내 주식 투자자 수가 지난해 기준 약 14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4명 중 1명이 증시에 참여하는 셈이다. 주식 시장은 대중화됐지만, 시장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다. ‘한국 시장에서 돈을 버는 제1원칙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일부 투자자들은 주식 시장을 짜여진 판이라 부르며,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의 개입을 의심한다. 확대되는 주식 시장의 크기와 비례하여 깊어지는 증권 범죄의 늪을 '추적 60분'이 취재했다.
■ 거래 정지와 25만 개미의 눈물
대형 트럭을 모는 김동석 씨(가명)는 최근 일하는 시간을 늘렸다. 주식 투자로 큰 손해를 본 그는 빚을 갚기 위해 야간 대리운전까지 하고 있다. 새벽 4시에 트럭을 몰고 나가 이튿날 새벽에야 집으로 돌아오는 일도 다반사. 그는 지인의 권유로 투자한 이차 전지 테마주 ‘K사’의 주식이 돌연 거래정지 되면서 큰 손실을 입었다. “미래를 위해 준비한 투자였는데, 가족에게도 말 못 할 비밀이 생겼다”며 그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일은 그만 겪은 게 아니다. 또 다른 투자자 이정희 씨(가명)도 해당 기업 주식이 거래 정지되면서 막대한 대출금을 떠안게 됐다. K사에 투자한 것으로 추정되는 주주는 약 25만 명. 일부 투자자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투자로 생계가 막막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믿었던 K사는 어떤 회사였을까.
부산의 중견 화학기업이었던 K사. 2020년 이후 이차 전지 시장에 진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주주들을 웃음 짓게 했던 것도 잠시, K사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가 상승을 이끌었던 공시들을 뒤집기 시작한 것. 급기야 올해 3월에는 감사 의견 거절로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K사는 현재 직원들의 임금 지급과 공장 건설을 재개하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광산의 실체, 잃어버린 배터리의 행방
K사는 리튬 광산 개발을 앞세워 이차 전지 광풍에 올라탔다. 지난 2023년 K사는 몽골의 광산 개발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했으며 당시 해당 광산의 추정 가치가 118조 원에 이른다고 홍보했다. 대형 호재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K사가 처음 공시에서 밝혔던 향후 3개년의 매출액은 연간 4000억 원. 하지만 이들은 이후 당초 공시 안에서 90%나 하락한 수치로 수정한 공시를 다시 발표했다. 크게 하향 조정된 수치에 투자자 타격은 컸다. 광산 개발에 대한 의혹이 커진 상황. 실제 몽골은 어떤 모습일까. '추적 60분' 제작진이 직접 찾아가 봤다.
몽골 현지에서의 사업 진행은 중단된 상태였다. K사가 지분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결정한 지분 인수. 하지만 당시는 분석을 위한 시료가 한국에 막 도착해 제대로 된 분석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분석하고 내부 논의하고 공시가 아니라 공시 내고, 분석하고, 내부 논의하고. (순서가) 거꾸로 된 거죠.” K사 제보자
또 K사는 외국 기업과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으나, 정작 배터리 출하는 한 차례도 없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비상장 해외업체와의 수천억 원 규모 계약 역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다. 생산된 배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런 현실에서도 주주들은 여전히 기업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
■ 판을 움직이는 검은 손
우크라이나 재건 주로 분류되며 큰 주가 상승을 보이다 주가조작 의혹에 휩싸인 삼부토건. 삼부토건과 똑같은 의혹을 받는 또 다른 기업이 있다. 건강식품을 판매하던 바이오 기업 웰바이오텍이다. 웰바이오텍은 삼부토건과 함께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불리며 단기간에 주가가 3배 이상 상승했다. 주가를 크게 상승시킨 세력들은 전환사채 매도를 통해 약 400억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회사를 운영했던 대표이사는 의혹에 대한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은 채 잠적한 상황. 그 피해는 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남았다.
“탈세하는 건 다 받아오면서 왜 그런 건 못 받아오는 거예요? 제가 지금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저 같은 피해자가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하고 있는 겁니다.”
박영호(가명) / 웰바이오텍 주식 투자 피해자
■ 원스트라이크 아웃의 서막
“크게 한탕하고 오히려 잠깐 처벌을 받고 나와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는 게 더 나은 선택인 것 같다는 것이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비판받고 있는 부분이거든요.” 황세운 / 자본시장연구원
주식 시장에 불공정 거래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근본 원인은 미약한 처벌”이라고 지적한다. 과장된 정보, 유행 테마를 맹목적으로 좇는 투자 문화, 이를 악용한 시세 조종 세력, 그리고 느슨한 사후 처벌까지.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불법 부정 거래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고 믿어지는 이 상황을 완전히 역전시켜서 대한민국 주식시장에서 장난을 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는 오늘 첫날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이재명 / 제21대 대통령 (2025년 6월 11일 한국거래소 간담회)
경제성장과 자본주의 발전의 필수 요소인 건전한 자본 시장. 개미 투자자들을 울리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하는 자본시장의 ‘적’들은 누구인가? 「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그 적들 」 편은 이날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