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를 떠나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상식적 일자리’

청년 쉬었음 40만, 일 경험 있는 쉬었음 73.6% 통계 뒤에 숨은 진짜 이유
비위생적인 화장실·법적 근로조건 결여…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버티는 환경’
대기업 연봉 아니어도 좋아… 매일 다닐 수 있는 상식적 일터를 원해
대학내일,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하한선’ 전국 청년 200명 설문조사 결과 발표
△연봉 2823만원 △주 3.14회 이하 추가 근무 △청결한 화장실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최소 조건 기업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최소 조건 기업


대학내일이 전국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의 하한선’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세 곳의 직장 경력을 쌓은 이모(31)씨는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 전향을 준비 중이다. 다음 일을 고민하기 전까지 당분간은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까지만 해도 내가 좀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면 업무 환경이 좋아질 거란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직을 반복할수록 오히려 더 나빠졌죠. 이젠 ‘직장’에 이런 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요” - 이모씨, 31세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쉬었음 청년은 약 40만 명이며, 이 중 73.6%는 한 번 이상 직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이들이 쉬는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서는 ‘청년들이 눈만 높다’, ‘곱게 자라 힘든 일은 피한다’ 등 비판을 쏟아냈지만, 그들이 말하는 ‘원하는 일자리’는 대기업 고연봉 일자리가 아닌, 기본적인 상식이 통하는 일자리였다.

장기 경제 침체 속 높은 연봉과 좋은 복지를 가진 일자리를 무한정 늘릴 순 없는 일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이 청년들을 다시 노동시장으로 이끌 수 있을까. 대학내일은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쉬었음 청년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들이 이야기하는 ‘원하는 일자리’에 대한 구체적 함의가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 최소한의 조건조차 지켜지지 않는 근로 환경, 참다못해 떠나 다시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대학내일 설문 결과 청년들이 꼽은 ‘수용 가능한 직장의 최소 조건’ 1위는 청결한 화장실이었다. 2위는 사내 식당/카페, 3위는 혹서기/혹한기 난방 냉방, 4위는 휴게실을 꼽았다. 남성은 휴게실, 여성은 청결한 화장실에 대한 요구가 컸다.

“제가 3년간 다녔던 회사 화장실은 굉장히 낡기도 했고,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사무실 냉난방이 잘되지 않는 건 당연했습니다. 겨울에는 롱패딩을 입고 손난로를 들고 일했고요. 퇴사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내 열정이 부족해서 그런 거다, 생각하면서 늘 그냥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랐던 것 같아요” - 서모씨, 33세

“화장실이 남녀공용이었기도 하고, 청소가 잘되지 않아 악취가 정말 심했어요. 그래서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아 정말 참고 참다 화장실에 가는 일이 빈번했는데 그러다 방광염에 걸린 적도 있었고요. 특히 생리 기간에 정말 불편했습니다. 이때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된 것 같아요” - 윤모씨, 27세

“직수관 방식이 아닌 물통을 교체하는 방식의 정수기를 썼었는데 여름철에는 정수기 물 마시는 것도 눈치를 많이 줬어요. ‘우스갯소리로 직급별 마실 수 있는 물의 양이 정해져 있다’는 이야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정수기 물 마시는 것도 눈치 주는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었겠나요” - 김모씨, 34세

이전 직장에서 부정적 경험으로 쉬었음 기간을 가진 청년들은 입을 모아 ‘상식’을 이야기했다.

많은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양질의 일자리’는 높은 연봉, 대기업식 최상급 복지가 아니라 최소한 일을 지속할 수 있는 상식적인 업무 환경을 의미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청년은 누구보다 일을 그만두고 싶지 않은 건 청년들이라며, 주어진 일을 매일 해낼 수 있는 최소한의 노동 환경이 보장됐으면 하는 게 청년들이 눈이 높고 욕심이 많아서인지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 전체 쉬었음 청년 중 일 경험 있는 쉬었음 청년이 73.6%, 무엇을 의미하나

직장 경험이 있는 청년들은 왜 다시 일터로 돌아가지 않는 걸까.

“이미 일 경험이 있기 때문에 취업 자체를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전 직장 대표님이 인격모독성 폭언이 정말 심했는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자 다짐해도 내상이 깊더라고요. 야근 수당 미지급 같은 문제도 많았지만 5인 이하 사업장이라 법의 보호를 받기도 어려웠어요. 다음 직장은 적어도 법 테두리 안에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 김모씨, 32세

“지금이 2025년이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면서 폭언하는 상사들이 많아요. 체계가 있는 회사는 최소한 이런 사람에 대한 징계나 경고가 있는데 인사관리가 안되는 기업은 ‘네가 참아’식이 대부분이에요. 몸이 아파 병원에 갈 때도 눈치를 주고요. 그러다보니 그냥 직장 자체가 싫어졌어요” - 윤모씨, 30세

청년단체 ‘니트생활자’ 전성신 대표는 “쉬었음에서 니트로 이어지는 청년들의 경우 다시 회사에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지난번처럼 좋지 않은 경험을 반복하게 될 것이라는 불안 때문에 구직 시도를 하지 못하거나, 주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취업 그 자체보다 ‘이전 직장에서의 실망감’이 더 많은 쉬었음 청년들을 양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청년들이 말하는 원하는 일자리는 연봉보다 ‘일터의 상식’

일자리 조건에서 청년들이 수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과 최저 수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계약직 또는 정규직 경험이 있으면서 현재 직장을 다니지 않는 청년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전국 17개 시도, 19세~34세).

이들이 응답한 최소 조건은 △연봉 2823만원 △통근 시간 편도 63분 이내 △주 3.14회 이하 추가 근무였다.

하지만 이들이 진짜 강조한 것은 조건 표보다 업무 환경의 상식화였다.

“야근이 싫다고 하면 ‘젊은 애들 게을러 빠졌다’, ‘눈만 높다’고 하잖아요. 야근 자체가 싫은 게 아니에요. 필요한 일이거나, 적어도 제 성장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기꺼이 했을 거에요. 크게 하는 일이 없는데도 토요일 격주로 출근하라고 하고, 이유 없이 모든 부서원이 밤 10시까지 남아있는 일이 허다했어요. 야근 수당 같은 건 당연히 없죠. 야근 식대도 없었어요” - 최모씨, 29세

“월급은 실수령 기준으로 최소 230만원만 됐으면… 왜 230만원이냐면 서울에서 월세 내고, 기본적인 생활비하고 아껴 써서 100만원 정도는 매월 저축하고 싶어서요. 적어도 미래를 그릴 정도(의 연봉)” - 김모씨, 28세

◇ 기업의 높아진 눈높이에 대해선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구인배수 0.39,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39개뿐이라는 의미다(고용노동부).

반면에 기업 10곳 중 8곳은 ‘지원자 중 적합 인원 부족(51.7%)’을 이유로 계획만큼 인원을 충원하지 못했다고 답했다(사람인 HR연구소, 2023).

경기 부진 장기화로 기업들이 채용 규모를 축소하면서 일 경험 없는 취업 취약 청년들의 취업은 더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언론보도에서 청년의 눈이 높아 구직을 하지 않고 쉬었음 상태에 있다고 언급했지만 실상은 이와 달랐다.

2년 여간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는 한 대학생은 이 모든 조건을 대학 졸업 후 공백 없이 다 갖춘 사람이 있는가 싶을 만큼 기업에서 많은 걸 요구한다며, 최근에는 기업에서 요구하는 대부분의 정량적 스펙을 갖추어도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년은 최근 이어지는 쉬었음 청년 관련 보도에 씁쓸함을 표했다.

“쉬었음 청년 뉴스 나오면 대부분 청년들을 안 좋게 보잖아요. ‘먹고 살기 편해서 일 안 한다, 부모에게 의존한다’라고 하는데 사실 들여다보면 중소기업부터 시작하려는 사람들 많아요. 그런데 좀 괜찮은 중소기업도 가보면 스펙 좋은 사람들만 잔뜩 (있어요)” - 김모씨, 32세

◇ 일자리의 양적 확대보다 일자리의 하한선을 높이는 정책 필요

그간의 청년 고용 정책은 일자리의 수를 늘려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쉬었음 청년 상당수는 일 경험 부족이 아니라 이전 직장에서의 부정적 경험 때문에 취업을 미루고 있었다.

지방의 한 식품기업 인사담당자는 청년들을 구인해서 뽑아도 3개월에서 6개월이면 그만둔다며, 일터가 대중교통으로 오기에 멀고 근처 식당도 없어 일하기 아주 좋은 환경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청년들이 원하는 구내식당, 셔틀버스 등 복지를 제공하기도 회사 경영 환경상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결국 지금의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해소하려면 단기채용 지원금보다 장기 근속이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직 과정에서 정보 불균형 역시 문제다. 청년은 이력서에 모든 경력을 기재해야 하지만 정작 청년은 이 기업이 임금 체불, 산업재해, 괴롭힘이 없고 청년이 원하는 최소한의 근로환경이 구비돼 있는지 알 수 없다. 인터뷰 중 쉬고 있는 한 청년은 지금은 그만둔 첫 직장에서 오피스 프로그램은 개인이 구매해 써야 한단 말에 경악했다며, 다음 직장에 가게 되면 이런 것들을 꼭 확인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아닌, 첫 직장에서의 부정적 경험 때문에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채용 지원금, 취업 알선 중심의 정책뿐만 아니라 장기 근속이 가능한 최소한의 기준을 제도화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자리의 하한선이란 단순 임금 수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안전한 근로 환경, 합리적인 근로 시간과 기본적 복지제도, 성장 가능성이 보장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청년이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닌 매일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로 환경, 즉 일자리의 하한선을 보장하는 것이 청년의 노동시장 복귀를 이끌고, 장기적으로는 청년과 기업 모두의 이익을 확대하는 열쇠”라고 강조했다.

대학내일 소개

‘We’ve got an answer.’ 대학내일은 답을 찾아내는 종합 마케팅 에이전시다. 시대 변화의 흐름과 맥락을 정확하게 읽고 브랜드도 몰랐던 진짜 문제를 정의한다. 진짜 문제에 집중해 브랜드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내고, 숨겨진 인사이트 발굴부터 솔루션 실행까지 직접 완성한다.

출처: 대학내일

언론연락처: 대학내일 인사이트전략본부 김주희 선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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