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식·식물성 식단, 중장년층 만성 변비 예방에 효과…美 대규모 연구 결과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채소, 견과류,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지중해식이나 식물성 식단이 중장년층의 만성 변비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기존의 ‘건강한 식단이 변비 증상을 완화한다’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식단이 변비 발병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첫 사례로 주목된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과 브라이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 소속 연구진은 최근 중·노년층 9만 6천여 명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지중해식 또는 식물성 식단을 따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만성 변비 발병 위험이 유의하게 낮았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소화기학(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카일 스탈러(Kyle Staller)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변비는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흔한 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는 심혈관 건강 외에도 식단이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간호사 건강 조사(NHS), 간호사 건강 조사 II(NHSII), 보건 전문가 추적 조사(HPFS) 등 세 개의 미국 대규모 코호트 데이터를 활용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참가자의 장기적인 식습관을 추적하고, 지난 1년간 12주 이상 지속된 변비 증상을 경험했는지를 바탕으로 만성 변비 유병 여부를 파악했다.



비교 대상이 된 식단은 △지중해식 식단(alternate Mediterranean diet, aMED) △식물성 식단 지수(Plant-based Diet Index, PDI) △저탄수화물 식단(Low-carbohydrate diet, LCD) △서구식 식단(Western diet, WD) △염증 유발 식단(Empirical Dietary Inflammatory Pattern, EDIP) 등 다섯 가지다.



그 결과, 지중해식 식단을 가장 많이 따른 집단은 가장 적게 따른 집단보다 변비 위험이 16% 낮았으며, 식물성 식단 지수(PDI) 상위 집단은 20% 낮았다. 반면 염증 유발 식단과 서구식 식단을 따르는 사람들은 각각 24%, 22% 더 높은 변비 위험을 보였다. 저탄수화물 식단의 경우 뚜렷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식이섬유 섭취량과는 별개로 나타났다는 점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식이섬유는 변비 예방에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총 식이섬유 섭취량을 보정한 후에도 지중해식 및 식물성 식단의 효과가 유의하게 유지됐다.



스탈러 교수는 “식이섬유 외에도 채소와 견과류, 건강한 지방 등 식단의 질적 요소가 만성 변비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는 향후 식이 요법을 활용한 예방 전략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중해식 식단은 올리브유 등 식물성 지방과 통곡물, 채소, 생선 섭취를 기본으로 하며, 육류와 유제품은 제한적으로 포함된다. 식물성 식단은 동물성 식품을 최소화하고 식물성 기반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두 식단 모두 항염 효과와 심혈관 질환 예방 등 다양한 건강 이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특히 노화와 함께 증가하는 장 기능 저하에 대해 식단이 실질적인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미가 크다. 연구에 참여한 대상자 평균 연령은 60대에서 70대 후반으로, 고령층 위장 건강 관리에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 결과는 관찰연구 기반으로 식단과 질병 간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며, 인과 관계를 확정하려면 추가적인 무작위 대조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현 단계에서는 건강한 식단이 만성 변비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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