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국민의힘은 5월 9일 대선 후보 교체 여부를 놓고 진행된 당원 투표에서 ‘한덕수 교체안’이 부결되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문수 후보가 다시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이는 보수 진영의 정체성과 노선,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 전략 전체를 재조정할 분기점이 된 것이다.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 내부 주류로 꼽히는 권성동·권영세 의원을 중심으로 추진된 후보 교체론의 좌절을 의미한다. 동시에 당내 갈등과 균열이 공론화되는 계기가 되었고, 외부적으로는 국민의힘이 ‘불안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는 인식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김문수 체제로 대선을 치르게 된 국민의힘은 어떤 선택지를 마주하고 있으며, 이번 결정은 향후 대선 구도와 민심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후보 교체 시도, 왜 실패했나
후보 교체론은 김문수 후보의 낮은 외연 확장력에 대한 위기감에서 출발했다. 특히 중도층 유입과 2030세대 표심 확보에 있어 김 후보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제기됐다.
권성동·권영세 의원은 이 같은 우려를 토대로, 보수층과 중도층 모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안 카드로 제시했다. 정치적 중립성과 관료 경험, 무리한 발언이 없다는 점에서 한 전 총리는 ‘비상대책형 카드’로 평가됐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았다. 김문수 후보는 이미 당내 경선을 거쳐 당원 직선으로 선출된 후보였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후보를 교체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절차와 당원들의 명확한 동의가 필수였다. 당 지도부는 이 과정에서 ‘비상 상황론’을 내세워 교체안을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당심의 반발을 초래했다. 당원 투표에서는 58.2%가 교체에 반대하며 기존 결정을 고수하는 쪽에 손을 들어줬다. 이는 ‘선출된 후보를 지켜야 한다’는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보수층의 집단적 반응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동시에 이는 당내 기득권 세력의 강압적 개입에 대한 견제 심리이기도 했다.
▶ 김문수 체제, 어떤 리스크가 남았나
김문수 후보는 오랜 정치 경력과 운동권 출신의 특이한 이력을 갖춘 정치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개혁적 보수의 아이콘으로 평가받기도 했지만, 최근의 정치 행보는 전통 보수층에 머무른 모습이 강하다.
특히 최근의 대외 발언과 언행은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노동 정책, 외교안보 인식 등에 있어서 시대 흐름과 괴리된 이미지로 부각됐고, 이는 중도,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서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더욱이 2030세대 유권자들과의 소통 능력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청년층은 지금의 김 후보를 ‘기성 보수의 과거형 인물’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는 선거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확장성’ 부족이라는 문제로 귀결된다. 때문에 이번 교체 무산이 ‘김문수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향후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현 후보 체제와 이를 지지한 당원들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권력투쟁이 드러낸 국민의힘의 한계
이번 사태는 단순한 후보 교체 실패가 아니다. 당내 권력 구조의 균열과 리더십 부재가 여실히 드러난 계기였다. 특히 권성동-권영세 등이 주도한 교체 시도는 의도와 전략 면에서 모두 실패했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은 당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됐고, 당내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로 인해 당의 중심이 흔들렸고, 선거 전략은 큰 타격을 입었다. 내부 결속보다 분열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본선 경쟁력이 더욱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김문수 후보가 이번 결정 이후 ‘비주류를 대표하는 인물’로 부각되면서 새로운 정치적 상징성을 획득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상징성이 민심과 얼마나 일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국민의 힘, 대선 전략 전면 재조정 불가피
후보 교체 무산 이후 국민의힘은 사실상 ‘방어 전략’ 중심의 대선 캠페인을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더 이상 중도층 확장을 위한 급진적 변화는 어렵고, 보수 핵심 지지층의 결집을 극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승부수가 됐다.
이에 따라 향후 선거 전략은 ‘이념적 선명성’, ‘전통적 보수 가치의 강화’, 그리고 ‘안보·경제 중심 메시지’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필연적으로 외연 확장을 희생하는 셈이다. 특히 수도권과 2030 유권자, 여성 유권자 공략을 위한 새로운 전략이 요구된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김문수 후보 개인의 이미지 개선 노력과 새로운 정치 메시지가 절실하다.
▶국민의 선택, 이제 어디?
국민의 힘, 이번 결정은 보수 진영에게 중요한 경고이자 시사점이다. 당의 정체성 혼란, 리더십 부재, 그리고 전략 부실은 결국 유권자들의 선택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민주당과 제3지대 세력은 국민의힘의 혼란을 ‘구태 정치의 재현’으로 규정하며 적극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이 반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민심은 빠르게 이반할 수 있다.
김문수 후보와 국민의힘은 앞으로 최소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하나는 당 내부 결속과 정당성 회복, 또 다른 하나는 외부적으로 확장 가능한 메시지와 비전 제시다. 어느 하나라도 실패한다면, 대선 승리는 멀어진다. 정치에서 리더십은 단순히 인물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절차의 정당성, 미래 비전, 국민과의 신뢰라는 복합적 요소들의 총합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그 모든 요소에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한편, 이번 결과에 대한 국민의힘 권선동 의원은 “당의 미래와 본선 경쟁력을 고려한 고심 끝의 제안이었다. 결과는 존중하지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또한 김문수 대선 후보는 "당원들의 현명한 선택에 감사드린다. 이제는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승리로 나아가야 할 때" 라고 언급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