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국제뉴스) 백승일 기자 = 3천억 원 규모의 투자와 1,200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라는 당진 경제의 오랜 숙원 사업인 와이케이스틸 당진공장 이전 프로젝트가 마침내 송전선로 건설 착공식을 갖고 본격적인 닻을 올렸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이날, 정작 사업의 '단추'를 꿰어온 오성환 당진시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지역 사회에 깊은 의문과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당진시 A 국장의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에 대한 충남도 감사와 법적 공방이 진행 중인 상황과 맞물려, 시장의 부재가 이러한 감사와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2월 4일 "기소된 당진시 A 국장 녹취 "시장님이 OO 업체 아주 싫어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A 국장이 시청에서 모 민간업체 관계자를 만나 특정 민간업체와 협력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녹취록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녹취록에서 A 국장은 그 이유로 "시장님이 OO 업체 하면 불쾌해하고 아주 싫어한다"라며 시장의 심기를 언급했다. 또한 "이 업체는 모 정당의 돈줄이다. 이 점 유념해달라. 시장이 바뀌었으니, 툴을 바꿔야 하지 않겠나"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민간업체에 대해서는 "우리 시에 필요한 기업인 것 같다"며 "이 점(OO 업체와 관계를 끊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하고 주민 30% 채용과 공사 때 지역 기업 하도급만 해주면 백병전으로 열심히 돕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해당 녹취를 근거로 A 국장에게 '특정 정당과 모 공무원들이 유착 관계에 있다'는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B 씨는 "이번 논란을 일으킨 OO업체는 더불어민주당 전 000시장과 오래전부터 밀접한 관계로 알고 있다"고 귀뜸했다.
오성환 시장 "만들어낸 말" 해명…검찰 수사에도 A 국장 직위 유지 논란
이에 대해 오성환 당진시장은 "자신과는 무관하며, A 국장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은 충남도감사위원회의 중징계 요구와 경찰의 송치, 검찰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A 국장의 직위를 보전시켜 논란을 낳고 있다.
충남도감사위원회는 이미 2023년 8월 A 국장에 대한 조사를 통해 중징계를 요구하고 충남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당진시는 A 국장에게 직위해제 3개월 처분을 내렸으나, 이후 다시 국장직에 복귀시켰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지난해 7월 A 국장을 직권남용, 업무방해, 뇌물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와이케이스틸 착공식, 지역 인사 대거 참석에도 시장 및 주요 간부 '불참'
지난 9일 당진시 석문면 삼화리 현장에서 진행된 와이케이스틸 송전선로 건설 착공식에는 와이케이스틸 장승호 대표, MK전력 유현구 회장, 서영훈 당진시의회 의장, 홍기후 충남도의원 등 700여 명이 참석해 3년 넘는 기다림 끝에 맞이한 순간을 함께 축하했다.
와이케이스틸 장승호 대표는 그간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자리에 당진시의 '얼굴'인 오성환 시장은 물론, 부시장 등 주요 집행부 인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뒤늦게 단순한 송전선로 착공식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지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대규모 프로젝트의 첫걸음을 알리는 공식 석상에 시장이 불참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심지어 시장 부재 시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국장급 인사의 대리 참석이나 축사조차 없었다는 점은 뒷말을 더욱 증폭시켰다.
시장 불참 배경에 '도 감사' 영향 가능성 제기…지역 사회 '신뢰 균열' 우려
이처럼 석연치 않은 오성환 시장의 불참 배경에는 현재 진행 중인 충남도 감사라는 '숨겨진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당진시 간부 공무원 A 국장이 기업 후원 요구 및 특정 업체 일감 몰아주기 등의 혐의로 도 감사의 칼날 위에 놓여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 사업의 공식 행사에 시장이 전면에 나서기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C 씨는 "평소 기업 유치에 적극적인 시장이 왜 이 중요한 순간에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혹시 모를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불참한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측해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의 시장님과의 개연성도 문제지만, 이번 사안을 만들어 낸 OO업체관계자들과의 착공식장 조우 또한 탐탁치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중요한 기회를 맞이한 당진시. 오성환 시장의 석연치 않은 불참은 지역 사회의 신뢰에 미묘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논란의 중심 A 국장 "많은 부분 사실과 달라…의도된 녹취가 악용돼" 주장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A 국장은 지난 24일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자세한 얘기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많은 부분들이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OO업체의 관계자가 의도된 내용의 대화를 몰래 녹취해서 고발했다. 더불어 메이저 언론사로 불리는 KBS에서 이 건에 대한 집중 취재와 보도로 10여 건이 넘게 기사화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제가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국장이 아닌 지역 사회 발전을 견인해야 할 막중한 책무가 있는 당진시 고위 공무원으로서 지역의 발전을 위해 현장을 발로 뛰면서 많은 곡해와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성환 당진시장의 착공식 불참 이유가 위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 국장은 "그런 거 같지는 않다"라고 부인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OO업체에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아직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