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S2 탐사·수사 프로그램 '스모킹 건'이 16일 밤 9시 45분 방송에서 1993년 발생한 충격적 뺑소니 사건 '각(角) 그랜저 9716'을 재조명한다. 방송은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여 숨진 어린이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어낸 형사의 집요한 추적과 과학수사의 결정적 단서를 집중 조명한다.
사건은 1993년 1월 23일 서울 반포의 6차선 도로에서 발생했다. 설 연휴 친척집을 찾던 8세 소년 찬이 군이 건널목을 건너다가 신호를 위반한 차량에 치였고, 차량은 아이의 몸을 한 번 더 밟고 그대로 도주했다. 현장 목격자들이 기억한 것은 당시 고급 차의 대명사였던 '각 그랜저'와 차량 번호의 일부인 '9716'뿐이었다.
초기 수사에서 담당 형사는 서울에 등록된 '9716' 번호판의 각 그랜저를 모두 조사해 용의 차량을 7대로 좁혔으나, 명확한 혐의점을 찾지 못해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그러던 중 사건 발생 4개월 뒤 사건을 넘겨받은 탁신천 형사가 결정적 단서를 발견한다. 희생자의 옷에 남아 있던 타이어 자국을 정밀 분석한 끝에 범행 차량의 특성을 특정해 수사망을 좁혔고, 결국 얼굴 없는 뺑소니범의 정체를 밝혀냈다.
이날 방송에는 직접 사건을 수사한 탁신천 전 서초경찰서 강력계 형사가 출연해 1년간의 집요한 추적 과정과 검거 순간을 생생히 증언한다. 또한 박성지 대전보건대 경찰과학수사학과 교수가 출연해 타이어 자국 분석 등 과학수사 기법이 어떻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을 만들어 냈는지 전문적인 해설을 제공한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지혜는 "사고 당시 바로 신고했더라면 아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피해자 가족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고, 안현모는 "아이를 치고도 아무 말 없이 도주한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범인을 밝혀낸 건 담당 형사의 끈질긴 집념"이라고 평가해 사건 해결의 의미를 되짚었다.
제작진은 "이번 회차는 단순한 사건 재구성에 그치지 않고, 당시 사회적 환경과 수사 현실, 그리고 과학수사의 중요성을 함께 조명한다"며 "완전범죄가 될 뻔한 사건을 풀어낸 수사의 디테일과 피해 가족의 목소리를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할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