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김기웅 교수팀, 세계 최초로 성별·유전자형 따라 비타민D 효과 차이 규명

(성남=국제뉴스) 이운길기자 =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를 유발한다는 기존의 통설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인지기능 저하와의 연관성이 ‘APOE ε4 유전자형이 없는 여성’에게만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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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1,547명의 정상 인지기능을 가진 노인을 대상으로 10년간 비타민D 혈중 농도와 인지기능 검사를 추적한 결과,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이 성별과 유전자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최근 세계적인 영양학 학술지 Clinical Nutrition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결과는, 비타민D 결핍이 모든 인구집단에 인지기능 저하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비타민D 수치가 낮더라도 인지기능 저하 속도는 유의미하게 차이나지 않았다. 여성 중에서도 알츠하이머병 고위험 유전자형으로 알려진 ‘APOE ε4’를 가진 집단에서는 비타민D 수치와 인지기능 저하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았다.

김기웅 교수는 “남성과 APOE ε4 유전자형을 가진 여성은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이들에게는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 저하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APOE ε4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여성 집단에서는 비타민D 수치가 낮을수록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의미 있게 빨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집단에서는 인지기능 점수(MMSE, 30점 만점 기준)가 연평균 약 0.14점 더 빠르게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 분석이 아닌, 1,000명 이상의 노인을 평균 8년 이상 장기 추적한 세계 최초의 전향적 연구 결과로, 비타민D의 인지기능 영향이 특정 조건에서만 발현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비타민D가 ‘두뇌 비타민’으로 각광받으며 무분별하게 복용되는 사회적 흐름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성별과 유전자형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 전략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김기웅 교수는 “비타민D 결핍이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성별에 따라 크게 다르다”며 “누구나 비타민D 보충제를 복용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특히 APOE ε4 유전자를 보유하지 않은 여성에게는 비타민D 관리가 치매 예방에 효과적일 수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인구 집단을 중심으로 맞춤형 치매 예방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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