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천=국제뉴스) 김병용 기자 = 허문곤 감독이 이끄는 여자고등축구 최강자 포항여전고가 숙적 광양여고 4연패를 저지하고 2021년 이후 4년 만에 여왕기 최정상에 우뚝 섰다.
포항여전고는 27일 합천군민체육공원 2구장에서 열린 제33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 고등부 결승전에서 여왕기 첫 4연패를 노리던 디펜딩 챔피언 광양여고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의 극적 반전 드라마를 연출하며 우승컵을 걸머쥐었다.
포항여전고는 이날 결승전에서 라이벌 다운 팽팽한 접전을 후반 30분까지 펼쳤다. 후반30분 광양여고 김효원에게 선취골을 내주며 패색 위기에 몰렸지만, 6분 만에 허문곤 감독이 승부수로 띄운 양지민의 동점골로 균형을 다시 맞췄다.


치열한 경기는 연장전 전, 후반을 넘어 승부차기로 향했다. 이날 승부차기에서 양 팀 골키퍼들의 자존심 경쟁이 더 뜨거웠다. 먼저 포항여전고가 첫 번째 킥에서부터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당대 여자축구 최고의 수문장 반열에 이름을 새긴 우수민이 존재했다. 우수민이 광양여고 두 번째 킥을 막아내며 한숨을 돌렸지만, 광양여고 김채빈이 다시 팀 세 번째 킥을 잡아내면서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절체절명 순간 우수민이 광양여고 네 번째 킥을 막아내 팀을 구했고, 여덟 번째 마지막 킥까지 잡아내는 신들린 선방쇼로 김채빈과 맞대결을 승리로 끝내면서 4년 만에 숙원이었던 여왕기 정상으로 이끌었다.
이에 허문곤 감독은 “우수민이 하나쯤은 막아낼 거란 확신이 있었기에 아이들에게 (우)수민을 믿고 자신있게 차라 했는데 너무 자신있게 찼다(웃음). 이번에도 안되나 싶었는데 (우)수민이가 세 개나 막아낼 줄은 전혀 생각도 못했다. 다시는 이런 경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혀를 내둘렀다.


포항여전고는 광양여고, 울산현대고와 함께 한국여자고등축구를 대표하는 최강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에 허문곤 감독은 “서로 라이벌로 경쟁하면서 전술적으로 조금 더 분석하고 연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단단한 색깔도 갖추고 특히 아이들 동반 성장에 큰 역할에 되고 있다. 앞으로도 서로 더 발전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고 설명했다.
2019년 포항항도중에서 그해 3관왕을 달성하는 등 포항항도중 폭풍 전성시대를 견인하던 7월 故 이성천 前 감독 후임으로 포항여전고 지휘봉을 잡은 허문곤 감독은 올해 7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허문곤 감독이 이끄는 포항여전고는 2022년 3관왕, 추계연맹전 사상 첫 5연패 대기록 등 수많은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다.


특히 지휘봉 다음해인 여왕기에서 2연패(2020년과 2021년)을 이루는 등 4년 연속 결승 무대를 오르는 유독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하지만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광양여고에게 역전패를 당하며 여왕기에서는 3년 연속 무관왕의 굴육을 삼켰다.
짜릿한 역전승으로 두 번에 패배에 설욕에 성공하며 4년 만에 정상에 다시 섰다. 이에 허문곤 감독은 “다른 대회 때보다는 더 좋고 행복하다”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대해준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원팀을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허문곤 감독은 “이번 대회는 광양여고 4연패을 내줄 수 없다는 뚜렷한 목적의식과 이번에는 이긴다는 강한 열망이 컸다. 춘계연맹전 8강전과 이번 대회 예선전에서 맞붙어 모두 승리한 자신감이 팀을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되었고 그 힘으로 우승컵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포항여전고는 이번 대회 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예선 첫 경기인 대구 동부고을 시작으로 분명 좋은 경기력은 나오는데 주포들의 컨디션 난조로 득점 기복이 심해 어려움이 컸다. 이에 허문곤 감독은 “그래서 예성여고와 8강전에서 승부차기를 치렀고, 울산현대고와 4강전도 오늘 결승전도 그렇고 쉽게 가져올 수도 있음에도 힘들었다”면서 “이 부분은 깊게 생각해보고 보안책을 강구해야 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허문곤 감독은 “작년에는 좋은 기량을 갖춘 뚜렷한 선수들이 있었지만, 올해는 전반적으로 주축이나 백업 자원들간의 차이가 별로 없다”며 “이런 스쿼드 구성이 오히려 전술의 폭도 넓혀 다양한 패턴의 변화를 가져갈 수 있는 우리 팀만의 강점이다. 동계훈련 때부터 (한)국희 등 기술적인 능력과 미들 지역에서 (김)지은과 왼발이 탁월한 양세빈이 정확한 볼 배급과 빠른 돌파력의 장점을 갖진 선수들이 있어 패싱 훈련 등 다양한 전술적인 부분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준비했는데 춘계나 여왕기에서 아직은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여기에 골 결정력만 살아난다면 참 좋은텐데”라 아쉬움도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승전까지 단 3골을 내준 것에 대해서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에 허문곤 감독은 “(우)수민이는 말할 것도 없고, 주장인 (박)세은이가 중심을 잘 잡아준 것이 실점을 줄인 것 같다. 또한, 사이드 백들의 역활이 팀 전술의 핵심 부분인데 그런 부분에서는 (김)시온이하고 (양)세빈이 너무 잘해줬다. 특히 (김)예지와 (김)시온이가 역할이 중요했고 우승하는 데 힘이 컷다”고 전하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김)예지는 상을 받았지만, (김) 시온이는 못 받아 너무 안타깝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다음에 또 성적을 거두면 꼭 받도록 해야한다”고 거듭 칭찬을 건넸다.


앞으로 각오나 포부에 대해 허문곤 감독은 “지금 두 대회 치렀고 앞으로 세 개 대회가 더 남아있다. 이번 대회 우승했다고 자만하지 않고 다음 대회에서도 우리의 좋은 경기력으로 다시 결과를 가져오도록 아이들하고 열심히 또 준비하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해 허문곤 감독은 “항상 같이 고생해준 코칭스태프와 힘든 과정에서도 끝까지 최선을 대해준 우리 아이들이 너무 고맙고 또 감사하다”고 심경을 밝히면서 “오늘도 경기장에 오셔서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신 홍오식 교장선생님과 학교 선생님들, 언제나 아이들을 위해 너무도 헌신하시고 계시는 우리 학부모님들이 함께 해주셔 이룬 성과라 생각하고 그분들에게 작은 행복을 드릴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도 했다.
사랑꾼 허문곤 감독은 “매 대회 때마다 항상 금식 기도을 통해 팀이 잘되길 기원해주고, 또 시간 될 때마다 경기장에 와서 아이들 사진 찍어주느라 진짜 애쓰고 있는 우리 박경화씨 너무 고맙고 많이 사랑하고 있는 것 알지?”라 수줍은 표현도 꼭 써달라고 거듭 거듭 요청하면서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