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위기, 서민 생계를 위협하다
2022년 이후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과 공급망 위기는 전 세계를 덮쳤고, 한국 역시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2022년 4분기 기준 평균 가계 연료비는 약 8만7천 원이었지만, 2023년 1분기에는 16만 원을 넘어섰다. 저소득층일수록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에너지 빈곤’은 현실이 되었다.
에너지는 생존과 직결된 필수재다. 도시가스는 특히 겨울철 난방의 생명선이며, 사용을 줄이기 어려운 특성을 지닌다. 그러나 물가와 임금의 불균형 속에서, 에너지 비용 상승은 결국 식료품이나 보건지출을 줄이는 생존의 문제로 전이되고 있다.
천연가스 요금 결정, "비공개 심의" 논란
현행 도시가스 요금 체계는 도매요금과 소매요금으로 나뉘며, 그 결정 과정은 산업통상자원부 인가와 지자체 승인으로 이뤄진다. 문제는 이 과정이 비공개로 진행되며, 도매요금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내용 역시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민이 직접 부담하는 요금이 ‘깜깜이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천연가스 요금 결정 과정은 법률에 따라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구체적인 과정과 내용은 여전히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도시가스사업법 제20조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요금은 도매사업자와 소매사업자가 분리된 구조로 설정된다. 도매요금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인가하고, 소매요금은 각 시·도지사가 승인하는 방식이다.
도시가스 소매요금은 도매요금에 소매 공급비용이 더해져 결정되며, 이 과정은 ‘도시가스요금 원료비 연동제 시행지침’을 따라 민수용과 상업용으로 나뉘어 산정된다.
민수용은 2개월마다, 상업용과 도시가스 발전용은 1개월 주기로 요금이 산정되지만, 민수용은 비상시 연동제 유보가 가능하다. 이는 원유가 급등이나 환율 변동 등으로 LNG 가격 상승 우려가 있을 경우, 국민생활과 경제 안정화를 위한 조치로 유보될 수 있다.
천연가스 요금의 결정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스공사가 원가를 기준으로 도매요금 인가를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둘째, 산업부는 '천연가스 도매요금 심의위원회'에서 심의를 거친 후, 셋째,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새로운 요금을 승인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심의위원회의 구성과 회의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개최되는 위원회는 그 구성과 논의 내용이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되어, 가스요금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 불투명하게 감춰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가스요금 결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비공개 절차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직수입사 '체리피킹' 전략, 가스공사 미수금 급증의 원인“
더 큰 구조적 문제는 바로 민간 발전사들의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다. 이들은 국제 가격이 낮을 때는 자체적으로 LNG를 들여오고, 가격이 오르면 공기업인 가스공사에 의존하는 식의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체리피킹’ 전략이다.
이로 인해 민자발전사들은 가스공사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반면, 가스공사는 이러한 기회주의적 행태로 인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할 때 장기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놓치게 되고, 가격이 비쌀 때는 민자발전사가 공급을 포기한 물량을 비싼 현물시장에서 수입해야 하므로 수입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그 결과, 가스공사는 안정적인 장기계약 대신 가격이 오른 시점에 급히 현물 시장에서 LNG를 조달하게 되고, 수입단가가 상승하며 그 부담이 ‘미수금’으로 누적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직수입이 없었을 경우, 가스공사의 수입단가는 6.31% 낮아졌을 수 있으며, 약 3조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직수입 천연가스 수입가격은 일본보다 약 20%, 대만보다 11% 정도 비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가스공사는 장기계약 물량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서 일본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할 수 있었으나,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일본과 한국의 수입가격이 유사해졌고,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한국의 수입가격이 일본보다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 가스공사의 총괄원가 산정과 검증 과정은 직수입 제도가 과연 적정한지, 민자발전사의 행태가 가스공사의 부담으로 전가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이다. 현재 많은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료비가 ‘통제불가능한 외부비용’으로 간주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제도적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가스공사 미수금 급증, "정부의 지원 필요"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공급 비용을 회계상 ‘기타 비금융자산’으로 처리한 것이다. 과거에도 존재했던 회계 장치지만, 2021년 하반기 이후 그 규모는 급속히 증가해 2023년 말 기준 13조 원, 2024년 9월 기준 13.88조 원에 이르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5년간 누적된 5.5조 원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미수금의 대부분이 주택용과 일반용 등 민수용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는 곧 요금 인상을 통해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이며, 국제 가스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한 장기적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 특히 가정용 가스에서 발생한 미수금 부분은 사회적 적자로 간주하고,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또한, 천연가스 직수입으로 인한 숨겨진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여 직수입사에 대한 부담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문제를 해소하고, 민수용 가스요금 인상 압력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단기 인상 아닌, 구조적 개혁이 해법이다
단순한 요금 인상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가스요금 억제를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 정책은 국민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그 비용을 공기업에 떠넘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 개혁이다.
우선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민간 발전사의 수입 전략이 공공에너지 체계에 영향을 주는 현재의 구조는 불공정하기 때문이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수급 안정성을 책임지는 새로운 체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익서비스 비용에 대한 국고 지원 강화도 이뤄져 한앋. 난방은 생존과 직결되는 공공재다. 정부가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비용은 국고로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복지정책의 연장선이며, 공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요금 결정의 투명성과 민주적 감시체계 구축도 필요하다. 현재의 비공개 심의체계를 개선하고, 시민사회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적 요금 심의 기구를 도입해야 한다. 공공요금은 국민의 삶과 직결되기에 그 결정 과정은 공공성과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
에너지 정의를 위한 전환, 지금이 기회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단순한 재무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에너지 위기 속에서 공공이 짊어진 사회적 비용이며, 정부 정책의 후과다. 반복되는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요금 인상이라는 단기 처방이 아닌, 에너지 정의와 공공성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위기의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공공이 함께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