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경일보] 최근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의 핵심 수단으로 '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국 내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에 한계를 느끼며,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이 새로운 수소 공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는 풍부한 태양광과 풍력 자원을 바탕으로 재생 가능한 수소 생산의 최적지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 국가들은 수소 산업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정부 간 협의체와 국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출범한 아프리카 그린수소 연합(African Green Hydrogen Alliance, AGHA)은 7개의 국가(이집트, 케냐, 나미비아, 모로코, 모리타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에티오피아)와 함께 대륙 차원의 수소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정책 공유와 기술 협력의 중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아프리카의 재생에너지 잠재력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재생 에너지원을 보유한 지역으로, 전체 대륙 면적의 60% 이상이 연간 3000시간이 넘는 일조량을 자랑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태양광 발전 가능성을 보유한 지역이다. 풍력 또한 북아프리카와 사헬지대, 남아공을 중심으로 높은 자원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각국은 수소 생산의 핵심 원료인 '청정 전기'를 대규모로 확보할 수 있는 이상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AGHA는 각국의 수소 관련 정책 및 프로젝트를 조율하며, 대륙 단위의 인프라 투자, 기술 표준화, 인력 양성 체계를 통해 일관된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수소 생산을 넘어서, 아프리카가 수소의 저장, 운송, 활용에 이르는 전주기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수소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핵심적인 발판이 된다.

그린수소 생산의 높은 잠재력
지도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아프리카 대륙의 북부, 남부 지역의 태양에너지, 풍력 에너지 활용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는 저탄소 배출 수소의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청정 전기를 통해 그린수소 생산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10년부터 10년간 균등화 발전비용(Levelized Cost Of Energy, LCOE)이 태양광 발전의 경우 82%, 태양열 발전의 경우 44%, 육상 풍력 발전의 경우 약 40% 이상 감소했다. 아프리카의 북부 및 남부 사막과 반건조 지역은 균등화 발전비용의 감소로 인해 저렴한 비용으로 수소 생산에 필요한 청정 에너지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확인된다.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 수소의 경우,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50년 전 세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제안한 양의 10배에 해당하는 연간 50억 톤을 생산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아프리카 대륙의 지정학적 특징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단가를 낮춘 효과를 적용한다면 2030년 아프리카 수소 생산 비용은 $1.4~2.0/kg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북유럽의 생산 단가에 해당하는 $2.2~3.2/kg과 비교해 매우 경쟁력이 있는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나미비아와 남아공의 전략적 접근
아프리카 수소 시장의 가능성을 가장 먼저 실현 단계로 끌어올린 국가는 나미비아이다. 나미비아는 독일 정부와 협력해 ‘남부 아프리카 그린수소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약 100억 달러 규모의 민관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수소 및 그 파생물인 암모니아를 생산하고 수출하는 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다. 나미비아의 수소 전략은 단순한 수출 지향에서 그치지 않고, 자국 내 정유, 철강, 비료 산업의 탈탄소화에도 활용될 예정이며, 이는 수소 기반 내수 시장 형성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한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기존의 석탄 중심 에너지 체계를 전환하기 위해 수소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했다. ‘Hydrogen Society Roadmap’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기분해 기술 상용화와 함께 플래티넘 촉매 기반 연료전지 산업 육성을 병행 중이다. 특히 남아공은 수소를 활용한 ‘Power-to-Gas’ 시스템을 통해 농촌 학교 및 병원에 전력을 공급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며, 이는 사회 기반 시설의 친환경화와 에너지 접근성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녹색 전환의 그림자, 아프리카 수소 산업의 이면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은 분명 대륙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중요한 기회이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그 이면에 존재하는 복잡한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최근 독일과 EU가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하며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녹색 식민주의(Green Colonialism)’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녹색 식민주의란, 선진국이 자국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개발도상국의 자원과 영토를 일방적으로 활용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용어다.
실제로 유럽은 2050년까지 수소 수요의 상당량을 아프리카에서 충당하려 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의 에너지 수탈 구조를 청정에너지로 포장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예를 들어, 튀니지와 모로코는 각각 2050년까지 연간 수백만 톤의 그린수소를 유럽에 수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지만, 정작 자국 내 산업 고도화나 에너지 접근성 향상을 위한 체계적 설계는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수소 프로젝트의 수익이 실제로 지역사회에 어떻게 환원될지에 대한 투명한 계획이 부족하며, 이로 인해 현지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배제되는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다.

아프리카의 수소 산업이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 이익을 넘어 지역 주민의 권리 보장, 기술 이전, 인프라 공유, 공정한 파트너십이 수반돼야 한다. 국제사회는 아프리카를 일방적인 ‘에너지 수입처’가 아닌, 공동의 녹색 미래를 위한 협력처로써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아프리카는 수소 산업을 통해 에너지 독립과 산업 주권을 확보하고, 진정한 의미의 ‘녹색 번영’, 그린수소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이대현(1010eog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