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치 매상인데'…소상공인 울리는 '노쇼' 사기 전국 기승



"연예인 ○○○ 소속사 직원인데요."



지난달 11일 경기 수원시 인계동의 한 음식점으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속 남성은 자신을 유명 가수의 소속사 직원이라고 밝히며 식당 주인 A씨에게 "콘서트가 끝난 뒤 거기서 회식하고 싶다. B 업체를 통해 와인을 구매해달라. 결제는 회식할 때 하겠다"고 했다.



이후 남성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제와 똑같은 모양의 소속사 명함, 와인 업체 대표 명함 사진을 전해왔다. 소속사는 물론 와인 업체 역시 실제 포털에서 곧바로 검색이 가능한 곳이었다.



A씨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한 달 치 매상과 맞먹는 단체예약을 놓치기 싫은 마음에 B업체 계좌로 주류 대금 3천만원을 이체했다.



그러나 돈을 건넨 후 며칠이 지나도록 발신자와 B 업체 측에선 어떠한 연락도 오지 않았다. A씨는 연예인 소속사 측에 직접 연락했지만, 해당 소속사에선 A씨에게 전화한 적도 회식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다. B 업체의 명함 역시 가짜였다.



이달 13일께 충남 천안시의 식당 6곳에는 자신을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의 비서관이라고 밝힌 C씨의 전화가 걸려 왔다.



C씨는 "의원님과 장관님을 포함한 20명 회식 자리를 예약하려 한다. 의원님이 원하는 와인이 있는데 2병(1천40만원 상당)을 미리 준비해달라"며 주문할 수 있는 와인 업체도 소개했다.



그러나 C씨는 예약 당일인 14일이 됐음에도 나타나지 않았고, 피해 업주들은 경찰에 신고했다. 실제로 와인 값을 송금한 식당은 약 1천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 공무원을 사칭한 사례도 있다. 이달 초 충남 천안에서는 천안서북소방서 직원을 사칭한 남성이 실제 소방관 명함을 한 실내 인테리어 업체에 건네며 "당장 집행할 예산이 없으니 5천500만원 상당의 방화복을 대리 결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의구심이 생긴 업주가 소방서에 확인해보니 해당 소방관은 대리 구매를 요청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상공인을 겨냥해 단체 식사 예약 혹은 대규모 물품 주문을 할 것처럼 속인 뒤 돈을 가로채는 이른바 '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 연예인부터 정치인, 공무원까지 사칭 대상도 다양해 주의가 요구된다.



1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식당이나 주점을 상대로 한 피해 수법은 대부분 대규모 예약을 문의하며 이를 빌미로 수백만∼수천만원의 고가 주류 등을 특정 업체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한 뒤 돈만 가로채는 방식이다.



주로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 방송사 관계자를 사칭하기 때문에 해당 소상공인뿐 아니라 사칭한 대상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다.



실제 지난 13일 수원 인계동에서 SBS 프로그램 '런닝맨' 제작진을 사칭한 비슷한 노쇼 사기 피해가 발생하자 런닝맨 측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작진 사칭으로 의심되는 연락을 받았을 경우 절대 응하지 말라"며 "앞으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대전에서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선거캠프를 사칭하며 후보 명함 30만장(200만원 상당)을 제작 의뢰한 뒤 송금을 유도하는 일이 발생하자 민주당은 입장문을 통해 "주문 후 노쇼를 통해 이 후보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려는 사기행각"이라며 엄정 대응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공무원 등을 사칭해 다량의 음식을 주문한 뒤 당일에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는 수법도 있다. 이후 자신이 아는 유통업체를 통해 준비된 음식을 배송해 달라고 하는데, 그 배송 비용으로 수십만원을 입금해달라고 요구하는 식이다.



천안서북소방서 사례처럼 관공서 및 공무원을 사칭해 대량의 물품을 구매하겠다면서, 가용 예산 부족을 빌미로 또 다른 물품의 대리 구매를 유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경기 화성에선 가구점을 운영하는 C씨가 구치소 직원을 사칭한 남성에게 "가구를 구매할 테니 우선 소개하는 업체를 통해 방탄복을 구매해달라. 나중에 예산이 나오면 방탄복값과 가구값을 동시에 내겠다"는 말을 듣고 1천만원을 가로채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기는 실제 대면 없이 대포폰을 이용한 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송금을 요구한 업체도 대부분 가짜이거나 사칭이며, 돈을 받은 계좌 역시 차명을 쓰기 때문에 더더욱 검거가 어렵다.



경찰 관계자는 "관공서는 절대 전화로 고액의 물품 구매 요청을 하지 않으며, 다른 업체에 대납을 요구하는 경우도 없다"며 "단체 예약 주문은 일정 부분 선입금을 받는 것이 좋고, 대리 구매 요청 등은 사기일 수 있으니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명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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