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즈① 완벽 적응 알린 PBA 3년차, '초클루'와 '산체스'
지난 23일 막을 내린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2025' PBA 결승전에서는 무라트 나지 초클루(하나카드)가 '스페인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를 세트스코어 4:1(15:12, 15:11, 15:8, 6:15, 15:4)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23-24시즌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 3개월 만에 거머쥔 통산 두 번째 우승이다. 이로써 초클루는 우승 상금 1억 원을 더해 누적 상금 2억 원을 돌파했고, 고국 선배 세미 사이그너(웰컴저축은행)와 함께 튀르키예 출신 최다승(2승) 기록을 나란히 했다.
초클루, 불운 연속... 산체스 제압
결승전은 두 동갑내기 베테랑의 명승부가 예상되었으나, 결과는 초클루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특히 다니엘 산체스에게는 지독한 불운이 따랐다. 5세트 중 유일하게 승리한 4세트를 제외하면, 그의 샷은 번번이 득점과 한 끗 차이로 비껴갔다. 마치 보이지 않는 장막이 길을 막아서는 듯, 결정적인 순간마다 종이 한 장 차이의 불운이 그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득점 기회가 허무하게 사라질 때마다 산체스의 얼굴에는 깊은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고, 이는 멘탈을 흔들어 경기의 흐름을 초클루에게 내주는 빌미가 되었다.

반면, 초클루는 흔들림 없는 투혼을 발휘했다. 산체스와 비슷한 상황에서도 초클루의 공은 거짓말처럼 목적구로 향하며 득점으로 이어졌다. 승부의 분수령마다 터져 나온 초클루의 환상적인 뱅크샷은 산체스의 추격 의지를 꺾고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는 결정적인 무기가 됐다. 초클루는 공격 성공률 61.2%, 뱅크샷 득점률 42.4%를 기록하며 산체스(공격 성공률 55.3%, 뱅크샷 득점률 32%)를 앞서는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강호들의 '이상 기류'… 새로운 바람 부는 PBA
이번 대회 PBA 남자부에서는 강호들의 초반 탈락이 유독 두드러졌다. 강동궁, 조재호, 최성원, 김영원 등 PBA 챔피언 출신이자 기존의 강자들이 8강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일찌감치 대회를 마감했다. 또 세계랭킹 1위 출신으로 올시즌 기대를 모은 김준태도 64강 문턱도 넘지 못하고 탈락해 프로 신고식을 호되게 치뤘다.

실제로 이번 대회 4강에는 국내 선수 중 이승진 단 한 명만이 진출했으며, 이승진 선수를 포함해 8강에 오른 4명의 국내 선수 모두 무관의 중견 선수거나 드림리그(2부 투어) 출신이었다. 이는 PBA 투어의 판도가 점차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통적인 강호들이 주춤하는 사이, 잠재력을 가진 중견 선수들과 2부 리그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선수들이 과감한 도전과 끈기로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PBA의 저변이 확대되고 선수층이 두터워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특정 선수 중심의 리그에서 벗어나, 언제든 새로운 스타가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변화로 해석될 수 있다. 팬들에게는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초클루의 감동 서사, 하나카드의 겹경사
이번 우승으로 초클루의 감회는 더욱 남다를 것이다. 2023년 PBA 무대에 도전하며 '당구 인생 2막'을 연 그는, 데뷔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었지만, 빠르게 적응하며 크라운해태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또 당해 시즌 PBA 팀리그 우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개막전 우승은 그의 끊임없는 노력과 실력이 빚어낸 값진 결과라 할 수 있다.
한편,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2025' 개막전은 팀 하나카드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전날 LPBA 김가영에 이어, PBA에서도 초클루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남녀부 동반 우승이라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이는 개인 투어 강세를 팀리그에서도 이어갈 수 있는 청신호로 해석되며, 새 시즌 하나카드의 강력한 전력을 예고한 셈이다.
이번 PBA 개막전은 김가영의 신화적인 행보와 초클루의 투혼이 빛난 동시에, 강호들의 이변 탈락 속에서 새로운 얼굴들이 약진하는 흥미로운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일주일 후 다시 열리는 PBA 2차투어는 어떤 새로운 이야기와 스타들을 탄생시킬지,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