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① 멈추지 않는 '김가영 시대'…8연패 신화의 명과 암
22일 밤,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막을 내린 '우리금융캐피탈 챔피언십 2025' LPBA 결승전은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무대였다. 김가영은 숙명의 라이벌 차유람(휴온스)을 세트스코어 4:0(11:1, 11:6, 11:2, 11:6)으로 완파하며 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그녀는 지난 시즌부터 이어온 우승 행진을 8개 투어 연속으로 늘리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더 완벽해진’ 김가영… 신기록의 향연
이번 대회 김가영의 우승은 단순한 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LPBA 결승전 7전 4선승제 도입 이후 최초로 세트스코어 4:0 셧아웃 승리를 기록했으며, 총 경기 시간은 76분으로 종전 최단 기록(97분)을 무려 21분이나 단축시키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1세트부터 하이런 8점을 앞세워 11:1(5이닝)로 경기를 지배했고, 애버리지 1.419를 기록하며 '개막전 징크스'마저 가뿐히 털어냈다. 직전 월드챔피언십에서 잠시 끊겼던 연승 기록도 다시 10연승으로 가속하며 그야말로 '더 완벽해진' 모습으로 새 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이번 우승으로 김가영은 통산 15승을 달성함과 동시에 누적 우승 상금 7억 원(7억 2,080만 원)을 돌파하며 명실상부한 LPBA의 살아있는 전설임을 입증했다. 경기 직후 김가영은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초심을 되찾는 데 집중했다"며 겸손한 소감을 전했지만, 그녀가 보여준 완벽한 경기력은 철저한 노력의 반증이었다.


'김가영'이라는 이름의 빛과 그림자
김가영의 8연속 우승은 LPBA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기록임에 틀림없다. 이는 LPBA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리고, 프로당구의 수준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미 프로골프(PGA)의 타이거 우즈와 프로농구(NBA)의 마이클 조던처럼, 리그의 슈퍼스타가 써 내려가는 압도적인 서사는 팬들을 열광시키고 리그의 인기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김가영이라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으로 LPBA는 더욱 주목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김가영의 압도적인 독주는 양면성을 지닌다. 팬 커뮤니티와 당구계 일각에서는 김가영의 독주가 다른 선수들의 설 자리를 좁히고, 결승전의 긴장감이나 예측 불가능성을 감소시키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가영 vs 비김가영'이라는 구도가 고착화될 경우, LPBA 전반의 흥미가 반감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결승에서 차유람은 거대한 벽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세트스코어 4:0이라는 일방적인 스코어는 아쉬움을 남겼다.
LPBA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김가영의 독보적인 실력에 견줄 만한 새로운 스타들의 등장이 절실하다. 김가영을 넘어설 수 있는 도전자들의 성장,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낼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LPBA의 지속적인 흥행을 담보할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