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에너지 효율이 답이다 - ②







에너지 효율 개선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주요 수단이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노력이 전개되고 있고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원단위 개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 ‘2024년 세계 에너지 효율 개선 동향’ 보고서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 <변국영 기자>



■건물



2023년 건물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120 EJ를 초과하며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28%를 차지했다. 2010년부터 2023년까지 건물 부문의 에너지 원단위는 연평균 1.4% 개선됐으며 202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6% 개선됐다. 2030년까지 시나리오별 에너지 원단위는 STEPS에서는 연평균 약 1% 미만, APS에서는 약 2%, NZE 시나리오에서는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연평균 개선율인 1.4%의 3배 이상인 약 4.4%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몇 년간 새로운 건물 에너지 기준을 도입하거나 기존의 기준을 개정하는 국가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2024년 중반 현재 주거용 건물에 대한 의무적 에너지 기준은 85개국에서,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에너지 기준은 88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그러나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는 여전히 건물 에너지 효율에 대한 의무 요건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향후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건물 신축이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2023년을 기준으로 신흥시장 및 개발도상국의 주거용 및 비주거용 건물 중 약 절반은 의무적인 에너지 효율 요건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다.



에너지 효율 개선의 가속화를 위해서는 모든 국가가 건물 에너지 기준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 및 검증 절차를 포함한 명확한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전제품



가전제품 에너지 소비는 증가하고 있으며 가전제품의 보급률 또한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의 가계소득 증가와 전기 접근성 확대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 NZE 시나리오에서는 2030년까지 건물부문 전력 소비 중 가전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의 46%에서 42%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두 배로 높이기 위한 가전제품 분야의 주요 초기 조치로는 규제, 정보 제공, 인센티브가 있다. 최소 에너지 성능 기준(MEPS)과 같은 규제는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을 시장에서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에너지 라벨링은 소비자에게 가전제품의 에너지 효율과 잠재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전달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리베이트와 대출 프로그램은 고효율 가전제품 구매의 초기 비용을 낮추고 기존 가전제품을 조기에 교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120개 이상의 국가가 적어도 하나의 최종 소비 부문에서 MEPS를 도입하고 있으나 지역 및 규제 대상 가전제품 유형에 따라 차이가 있다. 유럽, 북미,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주요 가전제품에 대한 MEPS가 시행되고 있으나 아프리카, 중동, 유라시아 지역에서는 정책 적용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에어컨과 냉장고의 에너지 사용량 중 약 90%는 MEPS의 적용을 받지만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습식 가전제품의 경우 에너지 사용량의 약 60%만 적용을 받고 있다. 조리기기에 대한 MEPS는 최근 많은 지역에서 도입됐으며 에너지 사용량의 약 36%가 적용을 받고 있다.



냉장고와 냉동고에 대한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MEPS와 에너지 라벨링을 결합했을 때 평균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약 60% 이상 절감하는데 기여했다. 이는 2030년까지 소비자 지출을 연간 170억 달러 이상 절감하는 효과와 동등한 수준이다. 가전제품은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 패턴이 에너지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제품 판매 시 에너지 효율 정보를 제공하고 공공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 인식을 높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



산업 부문은 전 세계 최종 에너지 소비의 약 39%를 차지하고 있다. 2023년 산업 부문의 에너지 수요는 2% 증가했지만 배출량은 1% 미만 늘었다. 전 세계 산업 부문 에너지 소비의 약 38%는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EU, 미국, 동남아시아, 인도 및 일본의 소비량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



NZE 시나리오에서는 더 효율적인 기술 및 공정의 도입과 전기화로 인해 산업 부문의 연간 에너지 수요 증가율이 0.5% 미만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 부문 에너지 수요는 중국과 인도가 주도하며 특히 STEPS에서는 인도가 2030년까지 연평균 4%로 가장 빠른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3년 세계 산업 부문 에너지 원단위는 0.6% 개선됐지만 여전히 정체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산업 부문의 에너지 사용 중 약 3/4이 감축이 어려운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문은 자산의 긴 수명 주기, 저배출 기술이나 공정의 부족 등으로 인해 에너지 효율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두 배로 높이기 위한 산업 부문의 주요 초기 조치로는 가전제품 부문과 마찬가지로 규제, 정보 제공, 인센티브가 있다. 전동기의 최소 효율 기준 설정과 같은 규제는 가장 비효율적인 모델의 시장 진입을 차단할 수 있다. 이는 수명이 긴 신규 전동기에 대해 기술적 고착 효과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산업 에너지 효율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제공은 산업 부문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하며 정부의 산업 부문에 대한 이해를 높여 더 효과적인 정책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노후 전동기 교체를 위한 보조금은 더 효율적인 대안의 활용을 가속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식음료, 섬유 등과 같은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 부문은 2030년까지 에너지 효율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은 철강, 화학, 시멘트처럼 고온과 고압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지만 식음료, 섬유 등과 같은 경공업 부문처럼 집약도가 낮은 산업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와 압력으로 운영된다는 특징이 있다.



2022년 현재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중공업의 약 절반 수준의 에너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국가별로 살펴보면 집약도가 낮은 산업이 산업부문 총 에너지 사용량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은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주요 고용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식음료 산업은 EU에서 제조업 부문 중 최대 고용원으로서 460만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에너지 소비자가 에너지 소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에너지 효율 향상과 비용 절감을 달성하게 하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은 산업 전반에서 에너지 절감을 달성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40개국의 200개 이상의 에너지관리시스템 사례 분석 결과에 따르면 모든 부문의 평균 에너지 절감률이 약 13.5%에 달했다. 에너지 집약도가 낮은 산업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10∼18%를 절감했으며 중공업 부문은 5∼11%를 줄였다.



■수송



2023년 세계 수송 부문의 최종 에너지 소비는 약 122 EJ로 이는 전체 부문의 약 27%를 넘는 수준이다. 2023년 에너지 원단위 개선율의 경우 승용차 부문에서는 약 2%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의 연평균 개선율인 1.6%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는 전기화 확대라는 긍정적 요인과 차량 무게 및 크기 증가라는 부정적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편 대형 화물차 부문의 에너지 원단위 개선율은 2023년에도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에너지 효율 개선을 두 배로 높이기 위한 수송 부문의 주요 초기 조치로는 가전제품 및 산업 부문과 마찬가지로 규제, 정보 제공, 인센티브가 있다. 연비 기준과 같은 규제는 연료 소비량에 한계를 설정해 신규 차량의 효율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주며 2030년까지 석유 수요 및 CO₂ 배출 감축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에너지 라벨링을 통한 정보 제공은 소비자가 가장 효율적인 차량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라벨링은 신규 차량뿐만 아니라 중고 차량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비효율적인 차량의 폐차 지원 프로그램은 소비자가 더 효율적이고 전기화된 차량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인프라 및 소득 수준의 차이에 따라 지역별 수송 수단 사용에는 큰 격차가 있으며 이는 국가별, 소득 계층별, 도시 및 농촌 지역 간 연료 사용 패턴에 불균형을 초래한다. 북미 지역의 1인당 평균 이동 거리는 전 세계 평균의 약 4배 이상이다.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1인당 자동차 보유율이 선진국보다 약 5배 이상 낮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주로 스쿠터, 전동 자전거 등을 포함하는 이륜차와 소형 상업용 차량이나 승객 운송 수단으로 사용되는 삼륜차의 사용이 가장 많다. 전기차의 초기 투자 비용은 저소득 가구에게 높게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보다 경제적인 형태의 전기 교통 수단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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